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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CEO 칼럼] 성장 패러다임 전환 시급한 부산항 /김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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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17-03-30 14:32 조회수1,720 첨부파일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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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개항 141주년 기념식이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는 1876년 2월 26일 강화도에서 일본과 맺은 병자수호조약에 따라 부산항이 근대적 의미로 개항된 날을 기산일로 잡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부산항 개항 시점을 조선 태종이 일본의 대마도와 무역을 하기 위해 부산포를 개방한 14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올해가 부산항 개항 610주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부산항의 역사가 길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산항은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에 국내의 물자를 수탈하기 위해 1906년부터 항만축조공사를 시작하여 1943년까지 제1~제4 부두 등 근대적인 형태의 부두가 건설됐다. 이어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항만시설의 대폭적인 개·보수작업 과정을 거쳤다. 특히 1978년에는 날로 늘어나는 수·출입 화물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선 전용부두인 자성대부두를 개장하기도 했다. 급증하는 컨테이너 화물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해 물동량 처리 능력이 한계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2006년 최첨단 항만시설을 갖춘 신항을 개장하는 등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해 국제적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초일류 항만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부산항은 이렇게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2013년까지 세계 3위 내지 5위의 컨테이너 처리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일궜다. 지금도 상하이, 싱가포르, 선전, 닝보·저우산, 홍콩에 이어 세계 6위의 컨테이너 항만으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정부와 항만당국에서는 부산항의 올해 컨테이너 처리목표를 20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로 잡고, 이를 달성함과 동시에 세계 5위 항만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부산항은 그동안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수출전진기지로서, 국가 경제성장의 견인차로서, 동북아 허브항만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하여 왔다. 한편으로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영욕의 역사를 간직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항만 종사자 대부분에게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자긍심과 마도로스들에는 애환과 낭만이 한데 어우러진, 해양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부산항이 지닌 긍정적인 이미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항이 앞으로 초일류 항만으로 한층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량 확대와 외연 확장 위주의 양적 성장 패러다임으로는 선진항만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점을 누구나 인정한다.

지금 부산항은 다른 경쟁 항만들과 비교해 부가가치 창출 실적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세계 주요 항만의 부가가치액 규모를 살펴보면 부산항 6조 원, 상하이 항 16.5조 원, 싱가포르 항 16조 원, 로테르담 항 14조 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항보다 처리 물량은 월등히 적지만, 부가가치 창출액은 배 이상이나 많은 로테르담 항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항을 비롯한 주요항만의 부가가치원(源)의 구성 비중을 보면 부산항은 해운산업 22.1%, 항만산업 60.3%, 항만 관련 산업 17.7%으로 집계됐다. 상하이 항은 해운산업 31.7%, 항만산업 33.3%, 항만 관련 산업 35% 등이다. 싱가포르 항은 해운산업 33.7%, 항만산업 19.1%, 항만 관련 산업 47.3% 등으로 나타났다. 로테르담 항은 해운산업 60.6%, 항만산업 17.3%, 항만 관련 산업 22.1% 등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부산항이 다른 경쟁 항만에 비해 항만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턱없이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항만 관련 산업은 항만에 출입하는 각종 선박에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용품공급업, 선박급유업, 선박수리업, 화물고정업, 급수업, 줄잡이업, 통선업, 컨테이너 수리업 등 항만운영에 필수적인 다양한 업종을 통칭하는 것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망 해운항만산업이다.

이에 따라 부산항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항만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 항만보다 부가가치원의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항만 관련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항만 관련 산업계 스스로가 변화와 혁신을 통한 자생력 강화 노력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 및 항만당국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 항만 기능의 고도화, 크루즈선 모항 유치 확대, 유류중계기지 건설, 수리조선단지 조성 등 부산항이 종합물류, 해양관광·레저, 해양문화가 복합적으로 융합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초일류 항만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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